
동서양의 예술 정신을 아울러 ‘문자 추상’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발전시켰던 이응노 화백(1904-1989)의 전시회가 2009년9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파리 도심가에 위치한 떼싸 헤럴드 갤러리(Galerie Thessa Herold)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고암 선생의 작품들 가운데 1960년대와 70년대 작품을 선별하여 기획된 것으로, 이 시기는 바로 고암 선생이 1958년에 도불하여 이전의 반추상에서 추상으로 전환한 시기에 해당한다.
전시장을 찾아가는 길에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바로 떼싸 헤럴드 갤러리 근처에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피카소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피카소 미술관에 비해 떼싸 헤럴드 갤러리는 규모나 대중의 인지도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이 갤러리는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장소로 손꼽힌다.
바로 이 갤러리에서 초현실주의, 추상미술 등 아방 가르드파에 속했으며 훗날 현대미술의 거장들로 뽑힐 대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가령, 파블로 피카소, 파울 클레, 르네 마그리뜨, 호안 미로 등이 그들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꼴라주 작품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는데, 고암 선생은 한지를 이용한 독특한 꼴라주 기법으로 당시 앵포르멜 추상이 풍미하던 파리 화단에서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선생은 1989년 파리에서 타계할 때까지 부인 박인경 여사와 함께 ‘동양미술학교’를 통하여 유럽 현지에서 제자들을 꾸준히 양성해왔으며, 오늘날에도 그의 정신은 ‘동양미술학교’를 기점으로 제자들, 그리고 그 제자들의 제자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